(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일단 학점을 따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대학을 고집하고 있지 않나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1일 '20대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한 김서린(24.여)씨는 지난 9월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모 대학 법학과를 그만뒀다.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에 다니며 '이 돈 내고 다닐 가치가 있는지'를 늘 고민해왔다.

그는 "교양수업에서 교수님이 '취업하면 수업 안 나와도 된다. 취업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그만둘 생각을 굳혔다"며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대학 구조가 싫었다. 빈 껍데기라는 생각,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만류했다. "방황 좀 그만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해진 길을 가지 않으면 방황인가. 모두 안정되고 검증된 길, 사회에서 요구하는 길로만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대학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다 두 학기를 남기고 학교를 떠난 김동혁(26)씨도 "음악을 하고 싶은데 안전망을 위해 학교에 다니고 취업을 하면 나를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학벌을 따야 한다는 생각이 비싼 등록금도 합리화시킨다. 많은 것이 학벌주의와 연관돼있는데 다른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대학 거부'를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벌을 따려고 돈 빌려 대학 다니고, 학자금 갚으려고 취업과 시급 4천원 알바에 목을 매면서 노예가 되어간다. 이런 구조는 20대를 삶의 끝으로 내모는 엄청난 폭력"이라며 "대학이 선택이 아닌 강압이 되는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얼마 전 있었던 서울시장 재보선에 대해서 "서울 시민이 아니라 투표는 못 했지만 관심 있게 지켜봤다. 20대가 분노를 표시했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 생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김서린씨가 "투표로 말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게 말할 방법의 전부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하자 김동혁씨도 "선거가 정치의 이벤트화에만 국한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대 분노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을 거부하고 '진짜 원하는 삶'을 찾겠다고 했다. 김서린씨는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며 '진짜 공부'를 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혁씨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아 '시원한 형'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안에 음반을 내고 내년에는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이들은 "대학을 거부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안 한 것보단 덜 후회할 것 같다"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 승진 등 계속되는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매순간 불안하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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