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거부 선언 준비하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경쟁·서열 중심 사회 맞서려 고3·새내기 대학생 등 모여
“한 학기만에 대학에 실망 아직은 소수…용기 필요해”

» ‘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회원들이 30일 낮 서울 중구 필동의 한 카페에서 고3 학생들의 대학입시 거부와 20대들의 대학거부선언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영학원론, 프로그래밍, 대학국어, 영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강현(19)씨가 지난 1학기 수강한 과목들이다. 인터넷 창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e)비즈니스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가 1학기에 들었던 어떤 과목도 창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영어시간에는 학원처럼 토익 문제집을 가지고 토익 수업을 했다. 같은 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택한 전공인데도, 뭘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지난해 부모님도 친구들도 “이 길밖에 없다”며 모두 대입에 ‘올인’했지만, 한 학기만에 그는 대학에 실망했다. 그는 이 길이 정말 유일한 길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는 얼마전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서 준비하는 93년생들의 대학입시거부와 20대들의 대학거부선언 운동 기사를 보고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강씨는 “아직까지는 소수니까 ‘대학을 거부한다’고 하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저도 두렵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언젠가는 배울게 없는 대학의 현실, 그 대학을 위해 목메는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소위 ‘가방끈 길다, 짧다’로 대표되는 학력·학벌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이름붙여진 ‘투명가방끈’ 모임의 20대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하는 10여명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얼티즌 팜 카페’에 모였다.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은 “명문대라는 한 길을 강요하는 교육, 대학으로 인간 가치가 결정되는 학벌사회의 폭력을 거부하겠다”라며 경쟁·서열 중심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대학과 대입 거부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힙합 음악 활동을 하는 김동혁(26)씨도 트위터로 알게 된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내년 3월께 한 학년만 남은 대학을 자퇴할 예정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고통스러워 한다”며 “대학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 너무 괴로운데다 그 결과도 점수와 대학 이름으로 갈린다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과 대입 거부자들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걱정섞인 비판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수능을 치르지 않을 예정인 김해솔(18)씨는 “대학 입시와 취업을 위해 악착같이 사는 사람들도 자기 앞길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세상인데, 대학을 가지 않는다고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룰을 따르기 보다 이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대입 거부선언을 준비하는 고예솔(18)씨는 “이 선언으로 시험으로, 학벌로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을 획일화·서열화 시키고, 상위 1%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깔대기를 통과하기 위해 무한경쟁하는 현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걷고싶은 거리’에서 ‘입시좀비 스팩좀비 할로윈 행진’을 시작으로, 오는 1일 20대 대학거부선언, 수능날인 10일 93년생 대입 거부선언에 이어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거리행동을 계획 중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03169.html
실명 언급 하지 말라고 요청한 적도 없는데
왜 이름이 '김아무개'로 표시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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