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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자살을 만들까”를 만들었을까?

글 : 시원한 형
편집 : 라바


2019년 12월 14일 <무엇이 자살을 만들까?>가 성황리에 잘 끝났습니다. 이 글을 통해 행사 의 취지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래 글의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행사순서는 사전 음악과 다과를 나누는 시간, 행사 소개, <고백> 뮤직비디오 상영,
뮤비 감상 및 질문, 그리고 주제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인류, 안녕!?> 소개, <시간의 감옥> 뮤직비디오 상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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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음악을 틀고 다과를 먹으며 서로 조금씩 이야기를 했다.
음식을 넉넉히 준비해와서인지 분위기가 좋았다.
예정대로 30분이 지나고 행사소개를 시작으로 모임이 시작되었다.
진행은 ‘시원한 형’이 맡았다. 맥북을 잘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지체됐지만 모두의 관심 속에서 <고백>뮤비를 감상했고 예리하고 의미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빨간코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타이머가 40분에 맞춰진 이유는 뭔가요?”
“마네킹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마지막에 마네킹을 안아주는 이유는?” 등등...

아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많은 관심에 기분 좋았다.
답변을 마치고 이야기를 시작되었다.

 

1. 요즘 가장 힘든 점은?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의 기준과 나 / 싱글 / 취업 및 직업 / 착한아이 콤플렉스, 진로 / 외로움 / 나는 누구인가?, 취업 / 일이 많다 / 취업준비, 자소서 /

힘든 점으로는 애인, 가족 혹은 친구와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취업, 자아 찾기 등이 있었다.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했지만, 자소서를 쓰고 일을 하는 행위로 인해 좋아하는 일과는 점점 멀어져서 고민이 많았다. 자아 찾기도 그 괴리감에 연장선처럼 보인다.

2. 우울한 감정을 숨긴 경험이 있나요?
일 혹은 집 /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 앞에서 / 어릴 때 학교 전학. 부모님 / 부모님 / 일터- 윗사람, 고객 / 중학교 때 / 나를 싫어할까 봐 /

모두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터와 가족 앞에서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감정을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누구나 겪어야 하는 학창시절 또한 그런 경험이 많은 시기였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도로 나를 우울하게 했었다.

3. 자기 자신을 혐오한 적 있나요?
타인과 비교해서/ 작업물의 성과가 안 좋을 때 – 한 게 없다고 느낄때, 타인의 sns에 좋아보이는 모습을 보고,/ 학교에서 성적으로 반을 나눠서 차별을 당했을 때/ ‘망했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친구 누구와 친해지지 못해서./배우는 게 늦는데 다른 사람은 앞서갈 때/

타인과 비교를 통해 자기혐오가 생겼다는 답변이 많았다. sns나 일상에서 자신의 장점이나 좋은 경험만을 드러내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가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전시를 위해 완벽하게 꾸며진 삶을 바라보는 이에게 자괴감을 주며, 한 편으로는 자신의 온전한 감정을 꺼낼 수 없게 만든다. 비정규직, 주거 문제, 우울증, 자살 등 사회에 현존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보여지는 이 허구의 세계에 매몰되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학교에서 교육시스템이 대놓고 차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참가한 한 사람은 이 답변을 듣고 ‘정말 구조적 자살이 있을 수 있겠다’는 답변을 했다. 사회전반적인 경쟁과 시스템 하에서 성적 차별은 정말 구조적 폭력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 어떤 걸 지키고 싶나요? (무엇을 잃었을 때 자살충동을 느꼈나요?)
좋은 사람들, 자존감/ 희망 / 모르겠다 / 소소함 /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 가능성 / 남이 아는 나와 진짜 내가 다 것을 자각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돈 때문에 포기할 때, 경쟁에서 졌을 때 /

모두들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했다. ‘좋은’ 사람이라 지칭된 이유는 ‘나쁜 사람’들과의 ‘나쁜 관계’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유행했던 “라떼는 말이야”처럼 사회의 상식이 폭력적일 경우 나쁜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회사나 학교 같은 근대적 조직의 목적성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보다 우위에 있기에 그로 인해 나쁜 관계가 파생될 수도 있다.
자존감, 꿈, 희망, 자존감 및 소소한 가치들을 지키고 싶어 했다. ‘경쟁에서 졌을 때’라는 대답은 ‘경쟁을 통해 생계가 결정되기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5. 지금 제일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목표찾기 / 진정한 나를 말하고 움직이고 나타내기 / 모르겠다 / 즐겁고 뜻깊은 시간 / 자유시간 - 쉬는 시간 / 먹고 살 걱정 없는 세상 / 돈 걱정 없이 살기 / 친구와의 시간 /마음의 평화, 안정된 생활 (돈 가정 부모 집)/주위사람들과 평온 행복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걱정을 벗어나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다. 그리고 목표를 찾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대답이지만, 우린 당연해 보이는 대답이 꿈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6.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 목격한 적 있나요?
무기력함, 무의미 때문에 / 둘 다 있다 / 중,고교 때 굉장히 많았다 / 힘든 일이 있으면 생각한다. / 친구가 고3입시 한 달 전에 스트레스로 자살, 그로인해 자살을 생각 / 자살을 하고 싶다고 매번 연락한 친구 / 평가받는 것이 너무 싫어서 /

대부분 학창시절 주변의 자살을 많이 겪었다. 학교에서는 자살을 눈앞에서 빨리 치우려고만 했다고 한다. 자살의 원인과 해결책 및 구성원들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감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이 시대는 사람의 삶과 목숨보다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학창시절 자살하고 싶어 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다가, 자신의 생활에 피해가 많이 와서 그 연락을 끊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상호간에 비극적인 일이라 여겼고 좀 더 생각해보니 이것 역시도 구조 안에서 선택이 강제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최대의 과제 ‘수능’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고 잠을 자야 하는 입시생의 입장에서 친구의 고통은 단지 방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 무엇이 자살을 멈출까요? (개인/사회)
친구매칭 서비스 / 막을수 없다- 자신의 상황을 꺼낼 사회적 장치 필요 / 자살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자각 / 1.약자혐오 x 2.경쟁, 전시 하지 않는 사회 3.수많은 개인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 ‘?’ ‘!’ ‘,’

시간상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다.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고 이 질문은 인간이 끝까지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에 더 이야기 하겠다.


<좋았던 점 정리>
- 뮤비에 대한 설명, ‘자살’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시간
- 모임 장소가 아늑하고 좋았다. 다과의 종류가 다양해서 좋았다.(밥류에서 빵류까지)
-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공간과 분위기, 다과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
- 타인들(전혀 모르는 분들)과 평소에 생각해볼 수 없는 ‘자살’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깊이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 사람들과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숨겨야만 했던 이야기를 공개하고 이야기 나누어서 좋았다. 내가 우울하게 느꼈던 경험이 나 혼자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서 큰 위로가 되었다.


다음 모임 때 주제들도 받아보았다. 다양한 의견을 주셨고 다음 모임 기획에 참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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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진행상 ‘자살문화’와 ‘자살을 만드는 구조적 원인들’에 대해 먼저 발제를 하고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우리가 만든 프레임 안에서 생각과 발언이 제한될까봐 그 목차를 뺐다.
진행해보니 참가자들이 나눈 개별적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발제하려고 했던 내용을 대신하게 되었다.

기획 의도대로 따듯한 분위기 내에서 사회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춤추는 제자리표, 일일클럽, 돈키와 호테 멤버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너무나 편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우리가 이 기획을 한 이유를 두 가지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는 모두 책임이 있다.”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사회의 경쟁, 차별, 혐오,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이들은 그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곤 한다. 이로 인해 낮아진 자존감은 자기혐오가 되고 결국 해소되지 않는 폭력이 자기 자신에게 분출될 때 자살에 이를 수 있다.

모든 것이 개인의 탓이 된 사회에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는 자기혐오를 지우고 건강한 자아를 만들고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된다. 위처럼 사회의 피해자가 된 이들이 그것을 내면화해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살아가며 수많은 부조리에 침묵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행위는 모두 서로에게 관계와 영향을 준다. 단순히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할까?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들과 함께 ‘무엇이 자살을 만들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의도대로라면 당신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에 닿을 것이다

“무엇이 자살을 멈출까?”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답 또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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