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깡패와의 랩배틀-명동 재개발 구역편’
지난해 8월 서울 명동3구역 ‘카페 마리’. 철거용역 직원들이 마리를 기습 점거한 8월 3일 오후, 마리 앞에선 이에 항의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랩퍼 ‘시원한 형’(트위터 아이디 @si1han)이 한창 공연을 할 때였다. 마리를 지키고 섰던 용역직원 한 명이 빈정거리는 어투로 시원한 형을 향해 “나랑 랩배틀 할까”라고 시비를 걸어 왔다.

6개월이 지난 오는 25일 오후 6시 명동성당 앞에서 시원한 형은 진짜 ‘랩배틀’(Rap-battle)을 연다. ‘용역깡패와의 랩배틀-명동
재개발 구역편’이란 제목이 붙은 이 힙합공연은 당시 용역 직원이 출연하진 않지만 ‘프리스타일 싸이퍼’(Cypher·비트에 맞춰 랩퍼들이 자유롭게 랩을 하는 형식)를 공연 전후 2시간씩 진행한다. 싸이퍼엔 랩퍼들뿐만 아니라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일반시민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공연을 기획한 ‘시원한 형’은 “재개발과 강제퇴거, 용역폭력의 의미를 힙합공연과 싸이퍼를 즐기면서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의미를 살리기 위해 재개발과 주거권 문제, 혹은 강제퇴거, 용역폭력 문제에 대해 음악적으로 접근해 왔던 뮤지션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공연엔 시원한 형을 비롯해 제리케이, 루피, 6IS,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 총 다섯팀이 출연한다.

 
카페 마리가 있던 명동3구역은 6개월간의 싸움 끝에 지난해 9월 세입자 보상 문제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명동2·4구역의 세입자들은 싸움을 계속해 오고 있다. 명동구역 세입자대책위 이근혜 위원장(32)은 “현재 시행사에서 주춤하고 있는 상태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라며 “한국의 재개발 시스템은 여전히 세입자와 원주민의 권리는 짓밟고 건설·금융자본의 이윤만 우선시하고 있어 끊임없이 세입자들은 용역폭력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역깡패와의 랩배틀’은 사회운동 후원사이트 ‘소셜펀치’(www.socialfunch.org/rapbattle)에서 공연준비와 명동구역 세입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3101031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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