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을 거부하는 건 혐연이 아닌 권리
래퍼 ‘시원한 형’
2013년 05월 20일 (월) 17:17:38 김진솔 기자 wlsthf0220@hs.ac.kr

▲ 래퍼 '시원한 형'


“담배 피워도 돼?” 흡연자를 지인으로 둔 사람들은 흔히들 듣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담배를 집어든 흡연자들 앞에서 ‘안 돼’라는 말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흡연자들에게 단호히 ‘안 돼’라는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래퍼 ‘시원한 형’이다. ‘투명 가방끈’, ‘용역깡패’와 같은 사회운동을 랩으로써 표현하던 그는 평소 비흡연자로써 겪었던 고통과 불편을 이번 노래로 승화시켰다. 비흡연자로서 가장 난감하게 들었을 대사를 제목으로 한 노래, <담배 피워도 돼?>를 부른 랩퍼 ‘시원한 형’을 만나보았다.



Q. 먼저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2007년 무렵부터 제대하고 음악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그 이후에 학술 동아리 활동도 같이 했어요. 그런 식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집회도 나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이 생겼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도 그쪽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 많이 작업했고요. 그리고 어쩌다보니까 그쪽이랑도 관련돼서 공연도 많이 했어요. 집회에 참여해서 공연을 하는 식으로요. 다른 뮤지션들은 그런 건 많이 못하잖아요. 그런 걸 많이 했죠.



Q. 학술 활동도 하신 걸 보니 원래 그 쪽 활동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전공도 사회학과였는데 과 자체도 관심이 있어서 간 거였죠. 그쪽 방면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서 책도 찾아가면서 읽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뭘 해야 할지를 정하게 됐어요.



Q. 투명 가방끈부터 용역까지,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불만을 노래로 승화시키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많은 사회 문제들 중에 간접흡연에 대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듣고 싶어요.
제가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음악활동을 하다보니까 생활하는 게 주로 지하철을 타고 녹음실을 가거나 놀러가는 건데요. 그런 일상에서 되게 피해를 많이 입게 되더라고요. 지하철역 근처 횡단보도에만 가도 길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작업실이 신림인데 거기 가는 길에도 되게 많아서 얼굴을 붉히게 돼요. 화나더라고요.


예전부터 이것과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건 인권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예전에 인권 강의를 들을 때 유명 인권 운동가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이것을 인권 문제냐고 생각하느냐고. 그런데 “그건 그냥 개인의 배려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틀린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혼자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흡연도 하나의 담론이고, 그걸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흡연자가 많은 피해를 본다고 하는 상황을 봤을 때 실질적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던 걸 잃게 되는 것으로 봐요. 사실상 피해는 비흡연자가 보잖아요. 간접흡연 같은 것으로. 그래서 노래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뮤직비디오 스틸컷



Q. 가사 중에서도 그렇지만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길빵’은 가부장적인 권력과 연관된다고 하셨더라고요. 보통 ‘길빵’을 불쾌하다고 느끼는 건 쉽지만, 이렇게 가부장적인 권력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드물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담배를 피는 주체가. 남성, 어른, 비청소년 이잖아요. 근데 그걸 반대로 보면 길거리나 다른 곳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기득권들, 즉 남성이나 가부장들만 누리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원인을) 추적해보니까 그것부터 연관이 있고, ‘충분히 같이 연결될만한 부분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Q. 가사를 보니 '한 대 피는 것/한 대 치는 것'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접흡연을 비흡연자에게 있어선 폭력과 같은 것이라고 전하고 싶었던 의도가 맞나요?
“담배 피워도 돼?”랑 비슷한 게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말 놔도 돼?” 하는 거잖아요. 싫은데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거죠. 대답을 정해놓고 묻는 것 같은 그런 질문인 거에요. 그러니까 남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게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주니까 안 피워야 되는 게 맞는 건데. 이걸 물어보는 자체가 이미 피워도 되는 걸 전제하고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도 그걸 용인하고 있고요. 비흡연자의 존재를 아예 인식 안 하는 거죠.



Q. 간접흡연이 사회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일단은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어나야 하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타인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흡연자들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 권리에 대해서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건 폭력이고, 나는 이게 싫다’라는 것을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말하는 거잖아요. 이걸 보면서 다른 분들도 싫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뮤직비디오 스틸컷



Q. 노래 이야기로 넘어와서, <담배 피워도 돼?>의 작사나 작곡, 프로듀싱은 본인이 직접 하신 건가요?
일단 저는 래퍼이기때문에 작사와 랩을 담당하고 있고. 작곡은 ‘개떡 같은’이라는 분이 만들어 줬어요. 곡 같은 경우는 다양한 분들에게 받으면서 하고 있고요.



Q. 뮤직비디오 촬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소셜펀치로 펀딩을 하기 전에 뮤직비디오를 제작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아야 하니까 트위터를 통해 전문가를 만났어요. 그래서 금액은 얼마 정도 필요한지 등 여러 가지로 조언을 얻었거든요. 그러다가 서울 시청에서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일부 지원 받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인권비가 비싸서 편집도 저 혼자 허술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전반적인 건 전문가에게 맡겨보고 배우도 모집해보고, 이런 식으로 제대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 거죠. 그렇게 해서 홍대 길거리나 술집, 고기 집, 클럽, 스튜디오, 이런 곳들을 배경으로 해서 남녀 배우 한 분 씩이랑 보조출연자 몇 분으로 해서 만들 예정이에요.



Q. 뮤직비디오 구성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혹시 ‘한대 쳐도 돼?’같은 가사처럼 때리는 장면이 있나요?
응징을 하는 건 있어요. 실제로는 피해를 받아도 때릴 수도 없고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걸 뮤직비디오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또 여자는 약자잖아요. 그래서 여자가 흡연자의 뺨을 때리는 식의 훈훈한 마무리로 끝내려고 생각 중이에요.(웃음)



Q. 뮤직비디오는 언제 공개가 되나요?
5월 31일이 세계 금연의 날이거든요. 그래서 뮤직비디오 공개를 그 때로 맞추길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에 완성을 해서 여유롭게 공개하는 게 목표에요.



Q. 뮤직비디오가 혹시 경기버스 TV같은 곳에도 나오나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서울시청에서 버스나 지하철, 아니면 광화문 전광판, 인터넷 등 여러 군데 내보낼 계획이 있더라고요. 안 나올 수도 있는데 일단은 여기저기로 나올 예정은 있는 것 같아요.



Q. 느낌이 색다르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주로 비주류에 계셨었는데 주류로 나오게 되는 거니까요.
웃길 것 같아요. 버스TV나 전광판 이런 곳에서 제가 나오면.(웃음)



Q. 이 외에 뮤직비디오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유튜브나 음원사이트에서 볼 수 있어요. 제가 현대카드 뮤직에 올릴 거거든요. 거기가 창작자들한테 80%정도 수익을 줘요. 처음에는 음원사이트에 등록을 안 하려다가 현대카드 뮤직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거기에서는 나올거에요. 그 외의 다른 음원사이트는 호환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에는 노래 제목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오고요.



Q. 뮤직비디오를 만든 후에 앞으로의 활동
정규앨범이 뮤직비디오랑 맞물려서 나올 것 같거든요. 두 달이나 한 달 쯤 후에. 그것 나오면 공연도 좀 많이 하고 싶고. 제가 활동하는 게 힙합음악인데. 그 음악을 들어보면 스웨거(swagger)가 대세잖아요. 그게 자신감이나 자기에 대한 당당함을 넘어서서 경쟁체계처럼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무시하는 게 너무 만연하더라고요. 그걸 듣는 학생이나 청년층은 학교나 회사 같은데서 어떤 기준을 똑같이 평가를 받고 멸시를 당하면서도 그걸 좋아하고 있으니까. 되게 답답해요. 제가 하려는 얘기는 그 쪽이 될 것 같아요.



Q. 그러니까 기존의 힙합과는 다르게 되는 거네요?
오히려 반(反)스웨거 적인 음악이 되는 거죠. 근데 스웨거가 단순히 음악이 아니고 정치라고 보기 때문에 그래요. 스웨거 또한 어떤 이데올로기의 안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다보면 제가 하려는 음악도 확실해 질 것 같고요.



Q. 대학에도 흡연자가 상당 수 있는데요. 흡연자, 비흡연자를 떠나 성인인 만큼 다양한 이유로 직·간접 흡연을 접하기도 쉬워요. 그런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그냥 너무 싫어요. 담배 피는 게. 제 앞에서 피는 게.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대학교 때 화장실에 가면 숨을 못 쉬었어요. 흡연실이 층마다 있는데 그 쪽으로 가는 시간도 아까운 거에요. 그런데 그걸 누구나 다 싫어할 줄 알았어요. 자신의 권리라고 하면서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게 제정신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는 <담배 피워도 돼?>에서 어디서든 마음껏 숨 쉬고 싶다고 말한다. 때문에 ‘길빵’을 하는 사람도,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묻는 사람도 더 이상은 없길 소망한다. 간접흡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은 ‘혐연’이 아니라 비흡연자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회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그의 외침이 담긴 노래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담배 피워도 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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