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라는 대학,

래퍼들은 대학거부 할 수 있을까? <상>

 

시원한 형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대학이 되었나?

 

 알다시피 한국은 학력사회다. 대학졸업장과 스펙이 인간이 고임금의 대기업에, 혹은 그보다 낮은 임금의 중소기업 정도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인간들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한다. 이 게임에서 소수는 성공하고 다수는 패배한다. 평범한 인간들은 룰을 만들 권한이 없고 경쟁이라는 절대적인 진리로 인해 좋든 싫든 태어남을 당하는 순간 참가자로서 싸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2011년부터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에 출판된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라는 책에서의 대학거부자들과, 현실에서 고졸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는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대학에 가지 않은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노동을 하며 저임금으로 살 수밖에 없다. 반면에 서울 및 수도권의 주거비와 생활비는 결코 무시 못 할 가격이다. 비정규직으로 한 달 꼬박 일해 봤자, 돈을 모으기는커녕 문화생활, 품위유지와 같은 삶을 위한 지출은 어렵고 단지 생존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사회는, 대학의 선택을 강제한다. 현명한선택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힙합 신(scene)의 이야기다. 래퍼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공연수익과 음반/음원 판매수익, 그리고 레슨이다. 그 외에 대부분의 래퍼들은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거나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을 할 수 밖에 없다 래퍼의 객관적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활동하고 있는 래퍼의 수에 비해서 음악수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래퍼의 수가 극히 적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글을 통해 지금 당장 모든 래퍼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통해 더 많은 수의 래퍼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을 덜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더 좋은, 더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첫 번째로 너무나도 유명한 음원분배율이 있다. 괴상하게도 음악을 만든 창작자보다 음원사이트가 가지는 비율이 더 높다. 음악가가 음원 전체 스트리밍에 동의해야만 음원사이트 등록이 가능 하고 심지어 음원정액제라는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헐값에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아이튠즈의 분배율을 봤을 때, 노예의 대접이다.

 

 둘째 문제는 페이 문화다. 홍대인디신의 No pay 관행과 결정적으로 월드디제이페스티벌기획측이 보인 뮤지션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 밴드의 실비도 나오지 않는 페이 지급으로 인해서 뮤지션들은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을 보이콧했다. 거부를 바탕으로 U-day Festival[각주:1]이라는 또 다른 대안적인 페스티벌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뮤지션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뮤지션 유니온[각주:2]탄생했다.

클럽을 운영하는 것은 클럽주의 측면에서도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문화를 위해 많은 부분 기여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연의 수익이 적다면 페이가 적거나 없는 것도 수긍이 가며, 많은 관객을 모집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뮤지션과 클럽 주 모두의 책임이다.

 다만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재능기부라는 이름의 재능착취가 성행하고 있고 심지어 정부기관 혹은 CU, CGV 같은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장소에서 “‘재능 있는 당신에게 무대를 제공합니다.” 와 같은 빤히 보이는 얄팍한 수로 무대에 굶주린 뮤지션을 기만하는 역겨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음악 사이트에 올라오는 공연섭외 글을 보면 페이항목이 적혀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예산이 없어서, 예산 편성이 안 되어서 페이가 없다, 죄송하다.’라는 답변을 듣곤 한다. 공연이나 축제의 기획에 거액의 예산이 지급 되는걸 알고 있다. 게다가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월급을 받고 있는데, 뮤지션의 페이를 예산에 측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담당자가 사과를 해야 할 도의적인 문제가 아닌 노동의 대가를 배제하는 정치적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기관 혹은 특정규모 이상의 단체에서 주최하거나 특정 기업에 홍보에 이용되는 상업적인 용도의 공연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페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 기준은 음악가들이 만들어야 한다. 음악가들 스스로도 페이를 지급하지 않은 공연이 전체적으로 음악가의 권리를 낮추는데 일조하고, 결국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무조건적인 참여를 멈춰야 한다.

 

  셋째는 지역 음악 신의 구축이다. 사실 서울에도 홍대와 몇몇 지역 말고는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 이것은 특정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문제가 되고 또한 특정지역에만 문화시설이 집중되면 그 외에 지역에는 문화적인 소외가 발생한다.

 지역 음악 신의 구축은 다양한 장소에서 문화가 꽃핌으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낮아지는 장점 외에도 평행선이라고 생각 되던 예술과 정치의 접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예가 ()두리반이다[각주:3].(이하 두리반) 두리반은 재개발 철거 투쟁의 긍정적 선례를 수립 했으며 음악인과 지역의 연대 모델이 되었고 자립음악생산조합[각주:4]이라는 음악인 조합의 모태가 되었다.

 문화시설의 집중은 젠트리피케이션[각주:5]을 낳고 결국 예술가와 상인들의 노력, 열정으로 만들어진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건물주와 프랜차이즈라는 자본이 고스란히 훔쳐가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많은 뮤지션과 기획자들이 몰라서 지역 신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지만 필요성을 부정 할 수 없다. 한 편 래퍼 화나가 광흥창에 설립한 ‘The Ugly Junction[각주:6]은 주목할 만하다. 뮤지션의 자생적 환경이 무너지고 대형미디어의 경쟁적인 프로그램이 유일한 기회인 와중에 그 안에 포섭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인 방법을 찾아가려는 취지 때문이다.

 

  넷째는 음악가의 변화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기만이다. 성공한 소수만이 발언의 권위를 획득하고 권력을 갖는 것 자체가 이미 승자독식의 논리 안에 포섭된 것이고, 그 자리에 올라서면 자본과 상위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상위계층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그 자리에 올리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올라간 이는 이미 세상을 바꿀 필요가 없는 상위 계급인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한 해답으로 스스로 자립음악가라 칭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발기인이자 조합원인 한받사람들과 연대하면서 함께하는 기쁨을 얻고 경쟁이 아니라 상생의 음악, 그것을 통해서 자립을 한다.”고 했다. “기존에 있던 채널들에 자신을 가져다 바치는 것이 아닌 자기의 채널을 가지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관계를 확장한다.” 자립음악을 하면서 성공에 대한 의미 자체도 변했다고 했는데 자립음악가라면 개인이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알려지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맞고 실패하더라도 연대를 통한 관계 맺음은 성공이다. 사회적 시선의 성공과는 반대의 성공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미학 기준의 변화, 연대와 계급적인 이익을 위한 음악과 행동이다.

 물론 뮤지션 스스로도 기술적인 발전과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정체되지 않는 새롭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 담론은 지루하게 반복되고, 많은 경우 구조의 모순을 개인의 노력과 실력 부족 문제로 은폐시킨다. 이 글에서는 길게 언급 않겠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듣는 향유자의 변화다. 향유자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호할 자유가 있다. 지금껏 힙합 신에서는 그러한 기준으로 음악이 선호되어 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선호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이번에 쇼미더머니에서 문제시 된 송민호의 가사[각주:7]에서 균열이 온 세상에 드러났다. 콘텐츠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취향에 맞아도, 자신이 속한 계급이나 소수자를 차별/혐오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선호를 지속할 수 없다. 위의 예 말고도 여성혐오 발언을 했던 장동민의 과거가 알려지면서 tv에 나오는 것 자체를 보기 싫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 (실제로 하차 요구 1인 시위와 sns에서의 꾸준한 방송퇴출 요구가 이어졌다.) 힙합 신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블랙넛의 문제의 가사와 일베 인증으로 인한 비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학은 많은 경우 정치적 선호를 가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힙합향유자들의 대다수는 힙합가사에 들어가는 승자독식 논리, 여성 및 소수자 비하/차별의 표현을 문제라고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향유자의 정치적 성숙과 인권 감수성의 문제이고, 교육과정에서 그것을 배우지 못하고 경쟁 이데올로기[각주:8] 안에서 차별과 폭력을 체화한 이들에게 주어진 인식의 경계이자 한계이다.

 

 

 

 

다음 주 금요일(8월 7일)에

‘쇼미더머니’라는 대학, 래퍼들은 대학거부 할 수 있을까? <하> 와

싱글 스웩알러지 (Swack Allergy ) 를 공개합니다.

  1. ‘생활고’ 인디음악인들 권리 찾기 나섰다 한겨레, 사회 일반 (2012-02-09)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8372.html [본문으로]
  2. 뮤지션 유니온 : 해시태그 #musiciswork와 함께 ‘음악도 노동이다.’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얼마 전 “넌 아직도 돈 내고 노래 듣니?”라는 싸이코패스 같은 문구로 음악인들과 대중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은 삼성 밀크뮤직 앞에서 음악을 통한 1인 시위, 세월호 1주기 기억음반 ‘그 봄을 다시 기다립니다’ 발표 등을 하면서 음악활동과 동시에 꾸준한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관련기사 : 밀크뮤직 광고논란 뮤지션유니온 삼성전자 앞 1인 시위 나서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438700 뮤지션유니온, 세월호 1주기 기억음반 발표 ‘그 봄을 다시 기다립니다’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495086 [본문으로]
  3. (구)두리반 : 2009년 12월 24일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농성하기 시작하여 "사막의 우물", "작은 용산"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을 비롯한 음악인들 및 활동가들이 동참해 칼국수 음악회, 자립음악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이어갔다. 2011년 6월 8일, 재개발 시행사 남전 디앤씨와의 합의가 이뤄져 마포구청에서 합의문 조인식을 치렀다. 시행사 측에서 새 가게를 제공하고, 두리반과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7월 초까지 예정된 행사들을 마치고 건물을 비워주며, 상호간의 민형사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농성 531일, 단전 324일 만의 일이었다. (출처 크르르르) [본문으로]
  4. 자립음악생산조합 : 일련의 음악가들이 모여 창립한 일종의 음악가 조합. 자립적인 음악생산의 물질적/정신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창립되었으며, 2011년에 뉴타운 컬쳐파티 51+에서 정식으로 발족. 음악가와 지지자가 cms를 통해 조합비를 내며, 앨범 제작비 지원 등 음악가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다. [본문으로]
  5.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도심 부근의 주거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기게 되자 도심의 중상층/상류층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이다. 따라서 빈곤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 지금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특히 예술가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금까지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가 있다. [본문으로]
  6. The Ugly Junction : 래퍼 화나가 광흥창에 설립한 문화공간으로 “독립 창작인의 자생적 환경이 무너지고, 대규모 옴니버스 행사나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대형 미디어만이 활개를 치고 있는 환경에, 문화 창작자들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전폭 지원할 것”이란 취지를 전면에 걸고 있다. [본문으로]
  7. ‘쇼미더머니’ 여성비하 랩 가사 논란, 왜 문제시해야 하는가 (남성훈, 리드머)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6314&m=view&s=feature [본문으로]
  8. 이데올로기 : <철학>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의 체계. 역사적ㆍ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사상과 의식의 체계이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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